욕망의 거울에 비친 우리의 모습을 탐구하다
어느 골목 어귀, 새로 생긴 디저트 가게 앞에 뱀처럼 긴 줄이 늘어서 있다. 사람들은 스마트폰 화면에 시선을 고정한 채, 약속이라도 한 듯 조용히 자신의 차례를 기다린다.
문득 궁금해진다. 저들은 무엇을 기다리는 걸까? 갓 구운 빵의 온기, 혀끝을 녹이는 달콤함만을 위해 저토록 기꺼이 시간을 내어주는 것일까?
우리는 왜 긴 줄을 보면, 그 끝에 분명 '특별한 무엇'이 있을 것이라 믿게 되는가?
풀어 말하면, 내가 무언가를 원해서 원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그것을 원하기에 나도 따라 원하게 된다는 뜻이다.
생각해보면 섬뜩한 통찰이다. 나의 욕망이 순수한 내 것이 아니라, 타인의 욕망을 비추는 거울 이미지에 불과할 수 있다는 말 아닌가.
오늘날 이 거울은 스크린 속에서 시시각각 우리를 비춘다. 스크린 속 타인의 욕망은 거대한 자석처럼 나의 욕망을 끌어당긴다.
그렇게 디지털 세상에서 증폭된 욕망의 신호는, 마침내 골목길의 긴 줄이라는 아날로그적 풍경으로 현현한다.
그토록 열망하던 '무엇'을 손에 넣는 순간을 상상해보자. 우리는 가장 먼저 무엇을 하는가?
아마도 스마트폰을 들어 가장 먹음직스러운 각도로 사진을 찍을 것이다. 그리고는 해시태그를 달아 SNS에 올린다. '나도 마침내 이것을 욕망했다'는 증거를 타인들에게 전시하는 것이다.
정작 눈앞의 음식은 그 짧은 의식의 시간 동안 조금씩 식어간다.
이것은 비단 음식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는 타인의 욕망을 좌표 삼아 내 삶의 항로를 정하고 있지는 않은가.
모두가 욕망하는 성공, 모두가 부러워하는 행복의 기준에 나 자신을 끼워 맞추며 안도하고 있지는 않은가.
모두가 서 있는 줄에 합류함으로써, 정작 나만이 설 수 있는 고유한 길을 잃어버리는 것은 아닐까.
긴 기다림 끝에 마주한 디저트는 과연 어떤 맛일까. 그것은 내 혀가 느끼는 순수한 맛일까, 아니면 '이것이 바로 그 맛'이라고 속삭이는 타인의 목소리가 만들어낸 맛일까.
마침내 줄의 맨 앞에 섰을 때, 우리가 발견하길 원하는 것은 과연 그 대상 자체일까, 아니면 그것을 욕망하는 수많은 타인들의 눈에 비친 '나의 모습'일까.